언덕빼기 강아지 풀 / 토파즈
유월의 능선 칠부나 타면
뙤약볕이 너른 오동나무 잎새에 작렬하고
하이얀 순백의 오동꽃은
하늘의 사유를 품는다
바람이 살고 있는 뚝방 언덕에 오르면
척박한 토양의 살기 버거운 공간에
실낱처럼 가는 줄기로 서서
올올히 떠는 모습은
내 눈에 오랜 잔상으로 밟혀 오고
바람따지에 서서 부러지지 않으려는
매듭이 아프다
존재를 위한 이파리 하나 퇴색시키고
하얀 외로움은 설움을 입에 문다
미풍에 바람꽃인양 온몸으로 흔드는 너
사소한 일에 자주 흔들리는 나
어쩌면 같은 길을 가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