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잎사귀 / 복효근
귀 잎사귀라 했거니...
봄 새벽부터 가을 늦은
저녁까지를 선 채로 귀를 열고
들어왔나니 .....
비바람에 귀싸대기 ...
얻어터져가며 세상의 소리 소문
다 들어왔나니 그리하여 저귀는
바야흐로 제 몸을 ...
심지삼아 불 밝힌 관음의 귀는 아닐까 이가을날
물이 드는 나무의 아래에 서면
발자국소리 하나...
관절꺾는 소리하나도 조신하여라
하나도 둘도 몇십도 몇백도 아닌
저 수천수 만의...
귀들이 경청하는 이 지상의 한때
그러니 가을 나무 아래서는
아직도 상기 핏빛으로 남은 그리움이랑
발설하지도 않한 채...
깊이 묻은 억울한 옛사랑이랑
죄다 일러 바쳐도 좋겠다
이윽고 다 듣고는
한잎한잎 제 귀를 내려놓는
나무 아래서 끝끝내 말하지 못한
심중의 한 마디까지...
다 들켜놓고는 이제 나도
말로써 하는 지상의 언어를 다 여의고
묵묵하게 ...
또 한 세상 기다리는
나무로 돌아가도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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