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그 거리에 서고 싶다
권천학
한번만
단 한번만이라도
바람 부는 그 거리에 서고 싶다.
겨울이 절뚝이며 지나가고
모질게 살 트던 봄도 떠나고
무성하게 타오르던 여름도 흘러가버린
강물같은 그 거리
쌓이고 쌓인 사연들이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때까지
쓸쓸하나 아름다운 기다림으로 서 있을
가을나무
저만큼
부화해버린 꿈 껍질들을 흩날리며
든든한 어깨품으로 아직도 오고 있을
그대에게 단 한번만이라도
눈물겨운 이름이고 싶다.
눈부신 이름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