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집에 드러누워 할 일 없이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던 때였다.
화려한 조명 아래 패션모델을 연상케 하는 남성이 검은색의 타이트한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멋쟁이 남성. 시끄러운 음악이 흐르고 있어
록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하지만 정작 그가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곳은 피아노 앞이다.
건반 위를 내달리는 미끈한 손가락이 현란하기도 하지만 은근히 섹시하다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을 뜻하는 컨버전스는 최근 각광받는 용어다.
그러나 음악 분야에서는 크로스오버라는 이름으로 이미 대중화 된지 오래다.
훤칠한 키에 패션모델을 연상시키는 스타일리쉬한 외모,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를 선보이는 피아니스트 막심은 겉모습을 통해 연상되는
연예인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어린 시절부터 엄격한 음악교육을 받아왔다.
크로아티아 지베니크 출생의 그는 9세에 피아노를 시작해 3년 만에
하이든 C장조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할 정도로 타고난 끼를 보였다.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콩쿨, 쟈그레브 국제 음악 콩쿨, 프랑스 퐁트와즈 국제 피아노 콩쿨 등
국제적인 콩쿨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클래식 피아니스트로서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한편 현재 그가 보여주는 폭발력 있는 연주는 이러한 기본기에 그의 고뇌가 더해졌기에 가능했다.
1991년부터 시작된 유고내전,1999년에 코소보 사태 발발 등으로
삶이 위협 받는 것에 익숙한 시절을 보낸 막심.이러한 과거를 극복하려는 고뇌로부터
그의 연주는 시작되었다고 한다. 또한 블라디미르 호로비츠(Vladimir Horowitz)의 연주를
가장 좋아하는 막심이기에 그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자존심 강하고
고집불통이면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다. 그러나 호로비츠의 이러한 까다로운 완벽주의가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테크닉과 무궁무진한 표현력을 막심에게 선물해 주었다.
일반적인 감수성으로는 도저히 빚어낼 수 없는 호로비츠만의 개성적인 연주와
막심의 다양한 표현력과 개성적인 피아니즘이라는 부분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뛰어난 재능과 거장들의 영향력. 그러나 이것을 무대 위에서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연습이다.
연습벌레’ 라는 별명은 투어 기간 중에도 호텔 방에서 꼬박 7시간씩 연습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막심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수 백 번의 반복과 자기반성에서 나오는 속주는
건반 위를 달리는 스포츠카를 보듯 쾌감을 선사한다. 이렇게 완벽한 테크닉과 독창적인 표현력을 바탕으로 한
그의 앨범은 2003년 6월에 처음 발매되었다. 데뷔앨범은 발매와 함께 큰 인기를 얻었으며
세계프로모션 투어를 통해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우리나라에도 두 차례 방문하여 열광적인 연주를 선보인바 있다.
그 후 2004년 12월에 발매된 2집 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피아노로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두 부문으로 나누어 담았다.Part I에서는 막심 스타일의 역동적인 일렉트릭 사운드를 담고 있으며,
Part II에서는 막심의 본향인 클래식의 분위기를 내려고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는 그저 막심이 크로스오버 스타로 머물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그가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한 것은 2005년 가을이다.3집 앨범 를 통해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피아니스트로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다. 속주와 격정적인 연주로 전율을 느끼게 했던 1집,
클래식의 느낌을 보강했던 2집과 달리 3집에서는 이전에는 맛볼 수 없었던 낭만적인 음악들과
그의 특유의 다이내믹한 곡들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Maksim의 네번째 정규음반인 [ELECTRIK]. 제목에서처럼 전자 사운드를 강조한 것이 특징인데,
Maksim은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클럽에서 사람들이 즐길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보너스로 삽입된 클럽 믹스 4곡은 바로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로서
Maksim음악의 가장 현대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출처 - 헤럴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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