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학/좋은글

아내의 몸살

선하도영 2007. 7. 10. 21:39

아내의 몸살 아내가 집안일에 회사일, 그리고

애들까지 돌보느라 몸살이 났나봅니다.

그런데 저는 누가 아프다고 하는 말을

참 듣기 싫어합니다.

오히려 제 쪽에서 먼저 짜증이 나서

아픈 사람을 피하기까지 합니다.

그런 제게 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버지가 채

스무살이 되기 전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신 후 할아버지는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해 곧 따라가셨습니다.

할머니가 투병 중에 몸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서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할머니가 누워계신

방 천장 중앙에 고리를 매달고 끈을 걸쳐놓았습니다.

고리를 통과한 끈의 한 쪽 끝은

이불의 양 귀퉁이와 연결되었고

다른 쪽 끝을 사람이 잡아당기게 되면

이불이 살짝 들리게 되어있었습니다.

전날 할머니는 이불이 무거워

숨쉬기가 힘들다고 하셨답니다.

병으로 지친 몸에는 한 장의 이불도

엄청난 무게로 느껴졌나 봅니다.

밤새 그런 할머니를 돌보시던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위해 생각해 낸 아이디어였지요.

물론 그 끈의 한쪽 끝은 할아버지 혹은

아버지의 책임이 되어 하루 종일 누워계신

할머니를 위해 붙잡고 있어야 했지만,

할머니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아내의 몸살이나 아픔에

애써 무관심한 듯 했던 것은

그 고통을 나눌 수도, 대신 할 수도 없는

무력감을 피하기 위한 변명인 듯도 합니다.

진정 그 아픔을 나누고자 한다면,

또 그럴 수 있을 만큼 사랑한다면

못 나눌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사람에게 이르는 길은 때로

          너무 막막해 보이지만

          나누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진심은 통하기 마련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과 슬픔에

          진심으로 손을 내밀어 보세요.

          - 사랑한다면 진심을 보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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