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학/좋은글

긍지를 가져라

선하도영 2007. 7. 19. 19:26
        긍지를 가져라 한 임금이 너른 정원에 갖가지 꽃과 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지 다 시들시들 죽어가는 것이다. 속이 상한 임금이 정원을 돌다가 자라지 못한 참나무에게 다가가 물었다. “참나무야, 너는 왜 자라지 않고 비실거리고 있니?” 그러자 참나무가 “임금님, 제가 살아서 뭣하겠습니까? 저 옆의 전나무처럼 날씬하지도 못한데요.”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임금은 참나무가 그렇게 부러워하는 전나무에게 다가가서 “전나무야, 참나무는 너를 저렇게 부러워하는데 너는 왜 이렇게 비실거리고 있는 거니?” 하자 전나무가 “키만 크면 뭣하겠어요. 포도나무처럼 열매도 맺지 못하는데. 죽고 싶을 뿐이에요.” 라고 답했다. 그래서 임금님이 포도나무에게 다가갔다. “포도나무야, 전나무는 네가 부러워죽겠다는구나. 그런데 너는 왜 이 모양이니?” “임금님, 전나무가 그래요? 제가 부럽다고? 부럽긴 뭐가 부럽대요? 저는 장미처럼 아름다운 꽃도 피우지 못하는 못난이인데요.” 이래서 정원의 모든 나무와 꽃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임금님 눈에 번쩍 뜨이는 것이 있었다. 볼품없는 제비꽃이 한 쪽 구석에서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것이다. 임금님이 다가가 제비꽃을 보고 말했다. “유독 너만은 싱싱하게 자라고 있구나. 넌 어떻게 잘 자랄 수 있는 거니?” “임금님이 저를 여기에 심은 것은 잘 자라라고 심으신 거잖아요. 제가 비록 키도 크지 못하고 열매를 맺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꽃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지만, 저는 저에 대해 불만이 없답니다. 부끄럽지도 않고요. 그러니 건강할 수밖에요.” 우리는 갖지 못한 한 가지에 대해 집착하는 면이 있다. 그것 때문에 열등감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그러나 참나무가 없다면 도토리를 어디서 구하랴? 또 전나무가 없다면 펄프 재료나 가구 재료가 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포도나무이기에 맛있는 포도를 먹을 수 있지 않은가. 자신에 긍지를 가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