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학/좋은글

마찬가지

선하도영 2007. 7. 21. 13:33


 마찬가지.. 
옛날에 여우 한 마리가 포도밭 주위를 맴돌며 
어떻게든 안으로 들어가려고 골똘히 궁리하고 있었다. 
울타리가 너무 촘촘하기 때문에 
드나들기가  곤란했던 것이다. 
결국 여우는 사흘 동안 단식을 해서 몸의 살을 빼고는 
울타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포도밭에 들어간 여우는 포도를 마음껏 먹었다. 
그런 다음 포도밭에서 나오려 했으나 배가 불러 
울타리 사이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여우는 할 수 없이 또다시 사흘을 단식했다. 
배가 홀쭉해지도록 살을 뺀 후 여우는 
포도밭을 빠져나왔다. 
여우는 혼자 중얼거렸다. 
"들어갈 때나 나올 때나 결국 배고픈 건 마찬가지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