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학/영상시
삶은 곧 그리움이다 /架痕 김철현 비가 오는 날 창밖을 내다보면서 문득 그리워할 이가 있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외로움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절망의 끝으로 밝은 빛을 보는 소망과 같이 넘쳐 오는 삶의 희열이다. 모퉁이 진 화단의 흙더미에 이름도 없이 아무도 모르게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를 보면서 꽃을 유난히도 좋아했던 사람을 떠올리며 미소 짓는 여유가 있다는 것은 죽음을 향해 떠밀려가듯 사는 세상에 현실을 이기며 살아가는 의미이다. 끓어오르는 한 잔의 커피 향에 여느 때와는 다른 그리움의 내음이 날 때 머리를 처박은 삶의 틀에 끼여 사랑하는 이를 생각해볼 시간조차도 없이 각박하게 살아 온 자취를 돌아보며 혀끝에 맴도는 맛이 채 사라지기 전에 비어버린 잔을 채우는 것은 또 다른 그리움이다. 架痕 哲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