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남편의 일기....
영상이 플레이 되지 않으면 윈미플 꾸욱...
저는 결혼 8년차에 접어드는 남자입니다.
저는 한 3년전 쯤에 이혼의 위기를 심각하게 겪었습니다.
그 심적 고통이야 경험하지 않으면 말로 못하죠.
저의 경우는 딱히 큰 원인은 없었고 주로 아내 입에서 이혼하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더군요.
저도 회사생활과 여러 집안 일로 지쳐있던 때라 맞받아쳤구요.
순식간에 각방쓰고 말도 안하기 시작했습니다.
![](http://i247.photobucket.com/albums/gg149/Lyla92/Silence.jpg)
결국 대화가 없으니 서로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커갔구요.
사소한 일에도 서로가 밉게만 보이기 시작했죠.
그래서 암묵적으로 이혼의 타이밍만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아들도 눈치가 있는지 언제부턴가 시무룩해지고 짜증도 잘내고 잘 울고 그러더군요.
그런 아이를 보면 아내는 더 화를 불 같이 내더군요. 계속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가 그러는 것이 우리 부부 때문에 그런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요.
가끔 외박도 했네요.
그런데 바가지 긁을 때가 좋은 거라고 저에 대해 정내미가 떨어졌는지 외박하고 들어가도 신경도 안쓰더군요.
아무튼 아시겠지만 뱀이 자기 꼬리를 먹어 들어가듯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답니다.
![](http://i115.photobucket.com/albums/n307/wentodom/divorce.gif)
그러기를 몇 달,
하루는 퇴근길에 어떤 과일 아주머니가 떨이라고 하면서 귤을 사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기에 다 사서 집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주방 탁자에 올려 놓고 욕실로 바로 들어가 씻고 나오는데, 아내가 내가 사온 귤을 까먹고 있더군요.
몇 개를 까먹더니 "귤이 참 맛있네" 하며 방으로 쓱 들어가더군요.
순간 제 머리를 쾅 치듯이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아내는 결혼 전부터 귤을 무척 좋아했다는 것하고,
결혼후 8년 동안 내 손으로 귤을 한번도 사들고 들어간 적이 없었던 거죠.
알고는 있었지만 미처 생각치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 순간 뭔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예전 연애할 때, 길 가다가 아내는 귤 좌판상이 보이면 꼭 천원어치 사서
핸드백에 넣고 하나씩 사이좋게 까먹던 기억이 나더군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해져서 내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울었답니다.
![](http://i43.photobucket.com/albums/e372/fnewbery/mancry.jpg)
시골집에 어쩌다 갈때는 귤을 박스채로 사들고 가는 내가 아내에게는 8년 간이나
몇 백원 안하는 귤 한 개 사주지 못했다니 마음이 그렇게 아플수가 없었습니?
결혼 후에 나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지 않게 되었다는 걸 알았죠.
아이 문제와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말이죠.
반면 아내는 나를 위해 철마다 보약에 반찬 한가지를 만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신경 많이 써 줬는데 말이죠.
그 며칠 후에도, 늦은 퇴근길에 보니 그 과일 좌판상 아주머니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또 샀습니다. 저도 오다가 하나 까먹어 보았구요.
며칠전 아내 말대로 정말 맛 있더군요. 그리고 살짝 주방 탁자에 올려 놓았죠.
마찬가지로 씻고 나오는데 아내는 이미 몇개 까먹었나 봅니다.
내가 묻지 않으면 말도 꺼내지 않던 아내가 " 이 귤 어디서 샀어요? "
" 응 전철 입구 근처 좌판에서 " " 귤이 참 맛있네 "
![](http://i133.photobucket.com/albums/q63/lil_miss_devil_2006/Beauty/Smilepretty.jpg)
몇 달만에 아내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잠들지 않은 아이도 몇 알 입에 넣어주구요.
그리고 직접 까서 아이 시켜서 저한테도 건네주는 아내를 보면서
식탁 위에 무심히 귤을 던져놓은 내 모습과 또 한번 비교하며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뭔가 잃어버린 걸 찾은 듯 집안에 온기가 생겨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아내가 주방에 나와 아침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보통 제가 아침 일찍 출근하느라 사이가 안 좋아진 후로는 아침을 해준적이 없었는데.
그냥 갈려고 하는데, 아내가 날 붙잡더군요. 한 술만 뜨고 가라구요.
마지못해 첫 술을 뜨는데, 목이 메여 밥이 도저히 안넘어 가더군요.
그리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같이 울구요.
그리고 그동안 미안했다는 한마디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부끄러웠다고 할까요.
아내는 그렇게 작은 일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작은 일에도 감동받아
내게로 기대올 수 있다는 걸 몰랐던 나는 정말 바보 중에 상바보가 아니었나 싶은게
그간 아내에게 냉정하게 굴었던 내 자신이 후회스러워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http://i.blog.empas.com/mieunkim/31076080_400x291.jpg)
이후, 우리 부부의 위기는 시간은 좀 걸렸지만 잘 해결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가끔은 싸우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귤이든 뭐든 우리 사이에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주위를 둘러보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느 남편의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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