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발자국/ 김은영
걸을 수 없을 만큼 다리가 아파
흉내조차 낼 수 없어
눈물만 쏟아내야 하시는 어머니!
참아낸 가슴에
피를 토해내야 했던
어머니를 헤아리지 못했다.
나는 비수 같은 언어들을 쏟아내고도
나 혼자서 잘 먹고 잘 자란 줄 알았던 것은
어머니의 골절 속에 흐르지 않는
血이 될 줄을 몰랐다.
주무시다 몇 번씩 이불을 덮어주시던 것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고.
밥알이 흩어져 떨어지면
주어먹어야 하는 줄 알았고.
생선을 먹으면 자식을 위해 뼈를 발려서
밥숟가락 위에 올려줘야 하는 줄 알았고.
구멍 난 옷을 입어야 어머니인줄 알았고 .
밤이면 몸뚱이가 아파 앓는 소리가
방안을 휘감아도 그 소리가 관절염속에
파묻힌 고통인줄 몰랐다.
걸을 수 없어 질질 끌고 다니시는
다리를 보고서야 알았다.
자나 깨나 자식이 우선이었고
앉으나 서나 자식을 걱정해야하는 것은
당연한줄 알았다.
아픈 말들을 주름진 골 사이로 뱉어 냈을 때
관절염이 통증을 일으킬 만큼
“나 같은 자식 왜! 낳았냐고”
피를 토하게 했던 가슴 저미는 말들.
너하고 똑같은 자식 낳아봐라
네 자식이 그런 말 하면 얼마나 피눈물 나는지.
그렇게 말씀하시는 어머니가 미웠다.
씻지 못할 철없는 말들을 했던
저를 용서해주세요. 어머니!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어머니 마음을 알려 하지만
전부는 모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한 줄 알았습니다.
뼈가 다 달아서 걸을 수 없어
고통과 사투를 벌이는 어머니!
제 다리라도 드려서 제대로 걸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피가 마른 눈물을 어이 닦아 드려야합니까?
어머니의 발자국을 찾고 싶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삶이란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마치 뱀이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듯이
사람도 일정한 시기가 되면 영혼의 성장을 위해
마음의 껍질을 벗어야만 합니다.
지나간 일을 이제 던져 버리십시오.
비록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당신을 초대한 삶에 충실하십시오.
지금 이 순간의 삶 말입니다.
덧없이 늙지 않고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습니다.
- 한스 크루파 《마음의 여행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