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학/자작시

꽃이었으면

선하도영 2007. 6. 17. 00:48

      꽃 이었으면 /박순영 보라고, 볼 것이 많아 봄이라한다더니 그대도 보아 달라고 봄꽃으로 피었나요 낡은 웃음이 아릿한 코끝을 적시는 좀처럼 들어낼 수 없는 시간 아니, 더 숨겨야 할 세월들이 너무 환하게 핀 그대를 보니 슬퍼집니다 꿈꾸지 말 일이지만 어머니, 저도 한 송이 꽃 이었으면 했습니다 산비탈에 번지는 분홍빛 웃음이 슬픈 개 복숭아꽃 이어도 나를 생각해 달라는 애절한 미소가 자줏빛으로 멍드는 제비꽃이어도 웃음은 슬퍼도 기억이 아름다운 그런 꽃 이었으면 했습니다 허허로운 하늘에 힘겨운 꽃잎을 그리는 나이 많은 나무의 설운 꽃 이어도 한 평 반짜리 구두병원 창문을 통해 망연히 바라보는 초점이 흐린 눈동자에 그래도 희망을 가져다주는 그런 꽃 이었으면 했습니다 어머니처럼 환한 꽃 이었으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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