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학/좋은글

[스크랩] 어느 시인의 고백

선하도영 2007. 6. 23. 00:15

      어느 시인의 고백 / 안 성란 한마디 말을 하기 전에 여러 번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열 번을 지우고 열 한번을 지워도 내 안에 꿈틀거리는 속내를 털어 내지 못했고 전부를 가졌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빈손임을 깨달았습니다. 볼 우물 반짝이는 미소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전에 날카로운 눈매를 들어냈고 이웃의 고마움을 느끼기 전에 험담을 뱉어내는 입술의 잘못을 알지 못했습니다. 하나의 시를 쓰기 전에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을 일으키지 못했고 한 장의 일기를 쓰려고 시간을 외면하면서도 잠들지 못하는 불면의 밤을 원망만 했습니다. 행복을 추구하면서 일에 대한 충실함을 잃어 버렸고 생명의 귀중함을 느끼면서 가꿔야 하는 꽃밭을 내버려 두었습니다. 그러나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으며 인연의 마음을 버리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그리움으로 하얀 여백을 채우며 뉘우침을 색칠하며 나에게 편지 한 통을 또 써 놓고 말았습니다.
출처 : 향기나는 메일보내기
글쓴이 : 하늘 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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