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만들기 / 묵향 남여울
말쑥하게 차려입은 내 사랑은
언제나 동쪽으로 창이 나 있었지만
햇살은 언제나 풀죽은 잿빛이었다
내 안에 빛은 선명했지만
삶은 언제나 거센 바람에
주눅이 든 호롱불처럼 위태로웠다
사랑은 숙성된 와인처럼
세련된 정예 병도 아니었고
별들의 상냥한 속삭임도
덤으로 들려주지 않았을 때
이미 머리위에 희디흰 눈꽃이
하나 둘 달리기 시작했다
체념하듯 흘려보낸 세월에
씨줄 날줄 같은 삶은 처절했어도
가난한 운명을 수없이 복습했기에
석순처럼 무겁게 침묵할 수 있었다
풀숲에 날아든 해충 같은 삶 일지라도
여차하면 요절날까 내 속 사람을 죽이고
한 땀 한 땀 사랑이란
고고한 예술작품을 완성했을 땐
발뒤꿈치에 살 비듬이 버슬버슬
일어난 후였다
배경음악;연 인 / 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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