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천사의 세상에서 가장 큰 부처님
2006/06/18 20:07 당크'한국판 짝퉁 보로부두르'(Borobudur) 사원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큰 부처님을 모신 절이 경기도 가평에 생길 듯하다. 가평의 수덕산(修德山, 794m) 등산길에 우연히 발견한 '미완의 절'이었다. 지난 98년부터인가 시작했다는 이 미완의 불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우선 산행담부터.
수덕산은 백운산에서 운악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에서 화악산으로 갈라지는 줄기로 가평군 북면에 위치한 산이다. 수덕산은 화악산(1486m)에서 내려오는 북쪽 능선을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경사가 매우 가파른 편인데 우리 일행(5명)은 가둘기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수덕산을 오르는 산행 입구는 가둘기마을, 도대리 코스와 반대편의 신촌마을 코스 등이 있다. 수덕산 등산로 안내 표지판에 따르면, 제1코스인 가둘기마을에서 정상까지는 2.3㎞로 1시간 40분이 소요되고, 제2코스인 도대리에서는 수덕능선(1.9㎞)을 거쳐 정상(1.5㎞)까지 2시간 20분이 소요된다.
가둘기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려면 송천유원지라고 쓴 민박집을 지나 방갈로가 있는 수덕산장 앞에서 하차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호젓한 산길을 오르면 금방 잣나무가 우거진 숲지대에 들어선다. 경사가 가파르고 낙엽이 쌓인 길이라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1시간쯤 오르면 산중턱 8부능선쯤에서 세 갈래로 갈라서 몸통을 튼 기묘한 소나무와 허공에 반쯤 걸터앉은 괴암석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일행중 주역과 세상이치에 밝은 김 박사에 따르면 이곳은 지세로 볼 때 매우 영험한 기도터라고 한다. 이곳의 괴암석에 서면 적목리에서 가두리로 굽이치는 가평천과 건너편 명지산도 한눈에 볼 수 있어 한눈에 영화 찍기에도 좋은 장소였다.
바위 아래는 아찔한 절벽이고 뒤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가평시내로 이어지는 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 괴암석에서 휴식을 취하고 15분 정도 능선을 따라 오르면 능선 왼쪽으로 고인돌 같은 바위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등산로가 매우 가파라진다. 눈이나 비라도 온다면 꽤 곤란을 겪을 경사다.
수덕산 정상에서 본 화악산여기서 다시 20∼30분을 오르면 숲으로 둘러싸인 헬기장 터가 있는 수덕산 정상이다. 정상에 올라서야 온전한 해를 처음 구경할 만큼 잣나무와 신갈나무 등으로 어우러진 숲속을 헤쳐온 셈이다. 정상에서 보면 북쪽으로 우뚝 솟은 것이 화악산(1486m)이며, 맞은편이 응봉(1436m)이라고 한다.
하산은 북동쪽 능선을 따라갔다. 잊을 만하면 군데군데 급한 벼랑이 나타나 산행의 긴장감을 주었으나 대체로 완만한 능선 산행이었다. 그러나 초행인 데다가 속도를 내는 바람에 선두를 좇느라 무릎과 다리에 몇군데 생채기가 생겼다. 그러나 사람들이 안 다니는 처녀림 정복의 '대가'로 치부했다. 실제로 우리 일행은 임도 하산길을 제외한 6㎞ 남짓한 수덕산 등산길에 등산객은 딱 한 사람을 마주쳤을 뿐이다.
애기고개에서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길에도 우리는 임도를 닦는 불도저 한 대와 그 불도저가 파놓은 흙과 돌을 실어나를 덤프트럭 두 대를 만났을 뿐이다. 그렇게 20여분을 더 걸었을까. 숲 사이로 언뜻언뜻 철탑 같은 것이 보이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그것은 철탑이 아니라 부처님 골조상이었다. 그 앞에는 종모양의 탑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그리고 그 종탑 앞에는 거대한 아그리빠상을 연상케하는 부처님이 얼굴에 철근을 박은 채로 서 있다. 또 그 앞에는 주조한 부처님 얼굴과 입술이 서 있는데 재질은 섬유강화플라스틱(FRP)이라고 한다.
불사 현장의 도솔천사 조감도를 보니 철근골조의 부처상은 '지장보살'상이고 그 앞에 있는 FRP 부처상은 '관세음보살'상이다. 조감도로 보면 관세음보살상은 지방보살상이 세워질 장소보다 훨씬 더 위에 자리잡게 돼 있다. 거대한 크레인으로 옮긴다는 얘기다.이 거대한 불사를 일으킨 주지 신흥 스님(대한불교 법화종)은 임야 3만1천500여평에 지상보살상, 관세음보살상, 명부전, 요사채, 산신각, 선방, 불자 숙소, 극락전 등을 갖춘 세계 최대의 지장성지를 완공할 계획이다. 무의탁 노인들을 살피는 데 힘써온 신흥 스님은 중앙열반탑에 납골당을 설치하는 불사도 추진할 계획이다.
신흥 스님은 자신은 불사를 시작만 했을 뿐이고 모든 중생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불교 성지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 대형불사는 불상 조성업체에 외주를 주지 않고 신도 10여명이 자체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신도들이 지반 공사에서부터 불상 모형 제작, 철조 구조물 공사 등을 자체기술로 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높이 74m의 세계 최대 지장보살상이 깃들 이 사원은 높이 42m의 중앙열반탑과 도솔천탑 432개, 해탈탑 72개로 구성되는 영락없는 '한국판 보로부두르'(Borobudur) 사원의 모습이다.
보로부두르 사원의 부처상과 종탑. 출처 '지다'님의 불로그(http://blog.naver.com/gida1)산스크리트어로 '언덕위의 큰 사원'이라는 뜻을 가진 보로부두르는 8세기 중엽부터 9세기에 걸쳐 인도네시아에서 번영했던 불교왕국인 샤일렌드라(Syailendra)왕조 시대에 건조된 영묘(靈墓)로 알려져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사원은 화산재로 이루어진 구릉지 위에 화산암의 일종인 안산암(安山岩) 돌을 쌓아 올려 만든 9층의 피라미드형인데 1층 정사각형 한쪽 변의 길이가 111.5m나 된다.
크기로만 보면 한국판 보로부두르는 인도네시아의 '언덕위의 큰 사원'보다 더 커 보인다. 그래서인지 도솔천사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보니 별다른 정보는 찾아볼 수 없고 '가평투자정보'니 '가평·양평개발정보'니 하는 부동산정보지의 부동산 전망이 앞서 있다.
이를테면 지장보살상이 제모습을 드러내는 1차 불사가 끝나면 도솔천사는 경기지역의 대표적인 불교 관광지로 발돋움할 것이고, 현재는 평당 35만원인 인근 땅값이 도솔천사 1차공사가 완공되면 평당 100만원이 되고, 경춘복선전철 완공 이후 2차공사까지 완공되면 200만원 이상이 된다는 것이다.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큰 부처님을 모시는 불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도솔천사 인근 땅값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금싸라기 땅이 될지언정, 얼마나 많은 중생들이 남방불교 조형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는 보로부두르 불교사원 대신에 이 '짝퉁 보로부두르'를 찾을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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