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식/자유게시판

세가지소원

선하도영 2007. 9. 6. 17:41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이웃에 살았대. 
      어느 날 가난한 사람의 닭이 부잣집 대문안으로 들어갔어.
      가난한 사람이 따라들어갔지.

      "아, 이사람아, 여긴 왠 일이야?"

      "응, 우리 닭이 이리로 들어와서 따라왔지."

      "야, 이사람아, 우리집 안에 있으면 우리 닭이지."

      "하하하, 이 사람,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저게 자네 닭이라는 증거가 있어?"

      "증거? 야 이사람아,
      저 닭이 자네 집으로 들어와서 내가 따라왔대두."

      "누가 본 사람 있어? 본 사람 있냐구?"

      "허~참, 이 사람, 지금 농담하는거지?"

      "농담? 누가 자네하고 농담하쟀어?"

      "예끼, 못된 사람같으니."

      싸울 수도 없어 가난한 사람은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대.

       

      어느 날 저녁 머리와 수염이 하얀
      노인이 부잣집에 찾아 왔어.

      "길가는 나그넨데 하룻밤 묵을 수 없겠는지요?"

      "아니, 왜 우리가 노인장에게 방을 내 줘요?
      안돼요."할 수 없이 노인은 옆집으로 갔지.

      "이 집은 방이 없을 것 같은데.
      허 참. 할 수 없지."

      노인이 가난한 사람에게 물었대요.

      "길가는 나그넨데 하룻밤 묵어 갈 수 있겠는지요?"

      "아, 녜, 어서 들어 오시지요."

      가난한 사람이 노인을 방으로 모셨지.

      부엌에서 부부가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여보, 빨리 밥을 지어요."

      "모레 아버님 제사에 쓸 쌀밖에 없는데 어떡해요?"

      "우리 집에 오신 손님을 굶기시겠소?"

      "아니예요. 노인 어른이 저녁을 굶으시면 안되지요.
      제가 얼른 밥을 지을게요."

      노인은 저녁을 잘 먹고 방에서 편히 잤대.
      가난한 사람 부부는 마루에서 잤지.

       

      이튿날 아침 노인이 가난한 사람에게 말했어.

      "여보게, 소원 세가지를 말하시게. 내가 들어 주겠네."

      "아니, 제가 무엇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아닙니다."

      "아닐쎄, 어서 말해 보게나."

      "예, 번듯한 기와집이나 한 채 있으면 좋겠지요."

      "또?"

      "곳간에 쌀이 가득하면 걱정이 없겠어요"

      "또?"

      "헤헤, 외양간에 소가 두 마리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자 조그만 초갓집은 온데 간데 없고
      커다란 기와집이 그 자리에 있었어.
      곳간에는 쌀가마니가 가득하고 외양간에는
      크고 살찐 황소 두 마리가 여물을 먹고 있었대.

       

       

      "아이고, 그 늙은이를 재워줄걸.
      아이고 분해. 남 좋은 일만 시켰잖아.
      그래. 그 늙은이를 찾아야지."

       

      부자가 노인을 찾아 해도 뜨기 전에
      나귀등에 올라 집을 나섰대.
      하루 종일 산길을 헤매는데 홀연히 노인이 나타났어.

      "아이고, 어르신, 어제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지금 저희 집으로 가시지요."

      "아닐쎄. 자네에게도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네."

      "아이고,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래.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에 세가지 소원을 말하게.
      내가 들어 줄 것이니."

       

      부자는 너무 좋아서 나귀등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지.

      "금덩어리를 달라고 할까?"

      "아니야, 아니야. 더 값나가는 것을 달래야지."

      그런데 나귀가 하루 종일 부자를 등에 태우고 다녀서
      기운이 다 빠졌는데 부자가 등에서
      춤을 덩실덩실 추니까 비틀비틀 했대.
      부자가 나귀등에서 떨어질 뻔했어.

      "이놈의 나귀, 다리나 칵 부러져라."

      그러자 나귀 다리가 딱 부러졌어.

      소원 하나가 이루어졌지.

       

      다리가 부러진 나귀가 나둥그러지자
      부자가 땅바닥으로 나가떨어졌대.

      "아이구, 이놈의 나귀, 차리리 없는게 낫겠다."

      그러자 나귀가 없어져 버렸대요.

      두 번째 소원이 또 이루어졌지.

       

      부자가 터덜터덜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너무 다리가 아픈거야.

      "아이고, 다리야. 그 놈의 나귀라도 있었으면."

      다리 부러진 나귀가 다시 나타났대.
      소원 세가지가 다 이루어졌어. - 좋은 글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