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학/감동글

삶의 아름다운 빛깔

선하도영 2008. 8. 2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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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아름다운 빛깔
    내 짝꿍 크레파스는 36색이었습니다. 크레파스 통도 아주 멋졌습니다. 손잡이가 달려 있는 가방을 펼치면 양쪽으로 나뉜 플라스틱 집에 36개의 가지각색의 크레파스들이 서로 빛깔을 뽐내며 들어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금색, 은색도 있었습니다. 내 크레파스는 8색이었습니다. 조그마한 직사각형의 종이 상자에 골판지 이불을 덮고 옹기종기 누워 있는 내 크레파스... 짝꿍이 36가지의 색 중 어떤 색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난 8가지 색을 골고루 색칠하고도 비어 있는 도화지를 놓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내 그림에도 빛나는 황금색을 칠한다면 정말이지 금빛 은빛 세상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 날은 엄마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난 짝꿍처럼 엄마 손에 금반지를 그려 드리지는 못할지라도 엄마가 제일 좋아하시는 보라빛의 블라우스를 입혀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할 수 없이 파란색으로 엄마의 블라우스를 칠했습니다. 엄마는 너무 추워 보였습니다. 다시 따뜻해 보이는 빨간색으로 그 위를 덮었습니다. 그 순간.... 블라우스는 보라빛으로 변해 있었고 엄마는 눈부시게 웃고 있었습니다. 너무 신기 했습니다. 빨간색과 노란색을 섞어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주황색 감도 그릴수 있었고 초록색과 노란색으로는 파릇파릇 연두빛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는 짝꿍의 크레파스가, 금색, 은색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나에게는 요술쟁이 크레파스가 있었으니까요. 그 날 난 못나게만 보였던 내 8색 크레파스를 통해서 소중한 삶의 비밀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지금 내 삶에도 화려한 빛깔의 많은 크레파스는 없습니다. 물론 금색, 은색도 없습니다. 하지만 내게 있는 자그마한 빛깔로 소박하지만 따사로운 색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오늘도 난,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빛깔로 삶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습니다
    In Loving Memory.......Phil Cou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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