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학/감동글

마음 아린 흔적

선하도영 2007. 8. 23. 11:42

						

   
    마음 아린 흔적 여름 과일의 여왕인 수박은 누구나 즐기고 좋아하는 까닭에 인기가 있는 과일임이 틀림없다. 중후한 몸집에 자기 나름대로 줄무늬로 모양을 갖추고 입맛을 유혹하는데 그 속살 붉음은 가히 예술품이 따로 없는 듯하다 오늘 나는 때도 아닌 배를 사다가 몇 번째의 배숙을 만들고 있다. 배 꼭지를 도려내고 속을 파서 그 안에 꿀을 넣고 다시 도려낸 꼭지로 뚜껑을 닫고 찜통에 오래 쪄서 배가 말랑해 지면 기침하시는 어머니께 드리곤 한다 또 찹쌀을 폭 끓여서 다 풀어지면 배를 한 개 갈아 넣고 다시 끓여 드리기도 한다. 늑골이 세대 금이 가서 기침을 자주 하시니 뵙기 민망하여 약이야 되던 아니 되던 기침에 좋다 하니 정성을 다해 만들어 본다. 이렇게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어머니의 기침은 다 나으신 것 같이 기분 좋아하시고. 외국에 있는 내 딸은, 엄마~ 나도 이다음에 엄마하고 외할머니처럼 엄마를 내가 보살펴 드릴 날도 있겠지요, 호호, 하고는 서울에 수박 나올 때 되었네요. 할머니 수박 참 좋아하셨는데, 한다 어머니 다치셔서 모시고 있는 것도 타국에 있으니 정이 그리워 부러운 모양이다 그리고 자기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니 어머니 간호한다고 오히려 효도 받을 일 미리 예약한 셈이 된 것 같아 혼자 웃는다. 수도가 고장이 나서 신고를 했더니 수도국에서 수리를 나왔다 메다 밖에 누수라서 자기들이 수리를 한다고 트럭에 장비와 인부 5명이 왔는데 메다 통을 새것으로 바꾼다고 마당을 사람 키만큼 파 놓았다 땀을 어찌나 흘리는지 어머니는 수박 한 통사다가 시원하게 드리면 좋겠다고, 하신다. 급히 가서 시원하게 해서 파는 수박 한 통 무겁게 안고 와서 쪼개니 너무나 잘 익고 먹음직스러운 것이 정말 대단하다 많이 내다 드려라 하시어 한 통을 거의 다 쪼개어 큰 유리쟁반에 수북이 내다 놓으니, 와~~하며 인부들 얼굴이 환해진다. 금년에 처음 맛보는 수박이라면서 어찌나 단지 말도 못하고 먹는다고 농을 하신다 이렇게 많이 주시니 푸짐하여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배부르다고 저보고 복 많이 받으시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한바탕 웃는다. 수박 한 통에 복까지 빌어주니 웃음꽃 피고 행복이 따로 없는 듯 즐겁기만 하다. 여름이 오면 수박은 우리의 마음을 흐뭇하게 푸짐하게 만든다 그런데 수박 한쪽 들고 계시는 어머니 손목이 거칠거칠하고 껄껄한 것을 만져보며 마음이 말할 수 없이 아리다 육이오 때 8남매 키우시느라 공장 하시며 실 털고 풀먹이고 감고 하시다가 여름에는 햇볕에 땀띠로 헐고 겨울에는 손목이 얼어 터서 짓무르고 수년을 그리 고생하신 훈장 같은 상처이기 때문이다. 공장에 사람을 50명쯤 거느리고 일하셨으니 그 마음고생은 오죽하셨을까? 금강 건너 세도에는 원두막과 수박 참외밭이 즐비했는데 참외도 지게로 한 지게씩 사오시고 수박도 열 통을 넘게 사오시던 기억이 난다. 둑에 올라서서 강 건너 원두막을 바라보면 그 푸름이 외국의 넓은 농지를 보는 듯했고 서리하려고 금강을 건너는 일이 비일비재하여 위험한 서리는 어떤 사람들이 할까? 늘 궁금했었다. 결혼하고 이야기 들으니 신랑이 고교생 때 도강하여 참외 수박 설이 하던 그 많은 사람 중 한 사람 이였다니 설이 하려 도강하던 사람과 결혼할 줄이야, 지금은 서리 할 때 위험하기만 하던 금강에 다리를 놓아서 재미는 적겠지만 서리는 더 많이 할듯하다 그렇게 힘들게 기른 아들 다섯 딸 셋은 이제 어엿이 잘 살아 황혼을 맞아 늙어 가는데 어머니 손목에 상처는 94이신 지금까지 가시지 않고 딸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수박 한 통으로 복 받으라는 인사도 받고 수박 드시는 어머니 바라보며 마음도 아프지만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현실에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속살 붉은 수박처럼 나도 그렇게 중후한 붉은 사랑 빛 곱게 물 드리고 주위사람들에게 즐거움 선물하며 황혼을 아름답게 보내고 싶은데~ 수북이 쌓인 수박을 부러운 듯 바라만 본다. 원고지 14장/송림유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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