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도 얻지 못하고(生也不得)
/죽어서도 얻지 못한다.(死也不得)
/살아서나 죽어서나 다 얻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生也死也 總不得時 如何)
/할 일할(喝 一喝)/삼성산 꼭대기에는 달이 밝고(三聖山頭月)
지난 일요일 삼성산(三聖山·481m)에 부지런히 올랐다.
점심공양으로 국수를 보시하는 삼막사(三幕寺)에 점심시간에 맞춰 닿기 위해서다.
서울대 입구에서 호수공원을 왼쪽으로 비껴지나 성주암을 거쳐 장군봉을 올라타고
삼성산으로 오르는 코스. 천천히 걷자면 2시간, 부지런히 오르면 1시간 반 남짓 코스다.
삼막사 국수보시는 관악산 연주암 비빔밥과 함께 주변 수도권 등산객들의 '산중별미'다. 주말과 일요일 점심에 무료로 제공되는데, 흠씬 땀에 젖어, 길게 늘어선 줄에서 침을 꼴깍 삼키며 기다린 뒤, 한 대접에 받아 후후룩 마시듯 하는 그 맛은 꿀맛이다. 그저 멀건 열무김치 국물에 삶은 국수를 풍덩 빠뜨린 것이 전부지만 시장이 반찬이라, 등산객들은 어디 자리잡으려고 하지도 않고 서서 냅다 들이켠다.
정신을 차리고 삼막사를 둘러보면 커다란 부도탑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정대선사(1937~2003)의 부도탑이다. 정대스님은 1999년부터 3년 남짓 대한불교조계종 제30대 총무원장을 지낸 분이다. 그는 총무원장을 물러나 입적 하기 전까지 이곳 삼막사에서 주석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오도송에 '삼성산 꼭대기에는 달이 밝고(三聖山頭月)'라는 구절이 있다.
'삼성산'이라 하면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도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삼막사를 얘기해야 "아하∼"하며 관악산과 함께 떠올린다. 삼성산은 관악산의 서쪽 방면으로 바로 긴 계곡을 사이에 두고 펼쳐진 암산(岩山)이다. 흔히 관악산의 줄기 쯤으로 생각하지만, '세 명의 성인'이라는 산 이름이 말해주듯 삼성산이 지닌 역사와 지리학적 의미는 관악산에 못지 않다.
#종교와 인연이 깊은 삼성산
동국여지승람'등 조선의 각종 지리지에 삼성산은 금천현의 관아가 있는 지금의 서울 구로구 시흥 2동에서 동쪽으로 10리 지점에 있는 산으로 금천현의 진산(鎭山)이며, 관악산은 지금의 과천시 관문동 소재 온온사가 있는 지점에서 서쪽으로 5리 지점에 있는 과천현의 진산으로 기록돼 있어 두 산이 별개의 산임을 밝히고 있다.
삼성산처럼 그 규모에 비해 종교와 인연이 깊은 산도 찾기 어려울 듯하다. 그 이름이 불교와, 후대에 와서는 천주교와 동시에 연관돼 있는 것을 보면 옛 사람들이 지명을 지을 때 뭔가 앞을 내다보고 지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삼성산의 이름은 불교와 연관돼 있다. 먼저 원효, 의상, 윤필의 세 고승이 신라 문무왕 17년 (677)에 암자를 짓고 수도하던 곳이 삼막사의 기원이며 삼성산의 이름도 이 세 고승을 따서 삼성산이라 했다는 설이다. 둘째는 불가에서 말하는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을 본떠 지명이 유래했다는 설이다. 셋째로, 조선후기에 간행된 '시흥읍지' 등에, 고려 말 나옹, 무학과 인도승려 지공 스님 등이 이곳 삼성산에 올라 각기 수련하면서 삼성산이란 이름이 생겼다고 기록돼 있다. 세가지 설(說) 중 그래도 근거가 남아있는 세번째 유래가 가장 믿을 만하지 않을까. 어찌됐든 삼성산에는 삼막사, 호압사, 반월암, 상불암, 안양사, 망월암 등 많은 절과 암자가 있다.
또 하나 삼성산은 천주교 성지이기도 하다. 1839년의 기해박해(己亥迫害) 때 새남터에서 순교한 앵베르 주교, 모방 신부와 샤스탕 신부의 유해가 안장돼 있던 곳으로 천주교회 사적지다. 이들 3명의 순교자는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으로 시성되었다. 대단한 분들이다. 이후 천주교에서는 삼성산을 가리켜 '세 명의 성인 유해가 안장되었던 성지'로 설명하고 있으며, 1992년 삼성산 본당(서울 관악구 신림6동)이 설립돼 삼성산 성지의 관리를 맡고 있다. 그 옛날 지어진 산 이름이 후대에 맞아 떨어진 셈이다.
#다양한 코스와 시원한 조망
종교 이야기를 하다가 빠뜨렸지만, 삼막사 칠성각 부근에는 남근석과 여근석이 그럴듯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바위를 만지면 자식이 없는 사람들이 아들, 딸을 낳는다고 해서 지금도 사람들이 찾고 있다.
삼막사가 세워지기 전부터 이 남·여근석은 토속신앙의 대상이 됐을 것이다.
삼성산을 오르는 코스는 다양하다. 서울대 입구는 물론 시흥, 안양 등에서 오를 수 있다. 그래도 가장 많이 찾는 코스가 아무래도 국기봉 능선코스가 아닐까. 서울대 입구로 오르다 호수공원 갈림길에서 자연관찰로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고개로 올라간다. 200여m를 넘는 이 능선길은 송림을 좌우로 보며 오를 뿐 더러 왼쪽으로 관악산 정상, 오른쪽으로 장군봉 능선을 바라보며 오르기 때문에 운치가 그만이다. 국기봉의 동북쪽 끝머리는 약 40m 가까이 되는 직벽이다. 삼성산 갈림길에서 서울대쪽으로 내려가지 않고 삼막사로 가는 길은 콘크리트 포장길이다. 삼막사에서 안양유원지로 내려갈 수도 있고 계곡으로 내려가 시흥 등의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도 있다.
산에 자신있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코스가 바로 삼성산 갈림길에서 망월암 입구 계곡방향으로 타고 내려가 관악산 8봉능선을 넘어가는 종주코스다. 삼성산을 넘어 망월암으로 내려서서 무너미 고개 아래 개울을 건넌 다음 8봉능선과 기암지대를 지나 깔딱고개에 이른다. 여기서 다시 암릉지대를 지나 관악산 정상에 닿은 다음 낙성대로 내려서면 총 12km정도 된다.
2개의 산을 종주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하산 후 교통도 편리해서 이래저래 등산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다.
[ 삼성산 등산코스 ]
제1코스=서울대입구→호수공원우측→제2광장→삼거리→국기봉→삼막사→염불암→안양유원지(4시간)
제2코스=서울대입구→입구200m우측길→칼바위→제1야영장→능선→삼막사국기봉→서울대입구(3시간)
제3코스=시흥벽산아파트→호압사→제1야영장, 또는 찬우물→능선→국기봉 (삼막사위)→서울대입구(약2시간30분)
제4코스=석수역→백조아파트(재개발중)→불영암→찬우물 (또는 제1야영장)→삼막사 (약2시간)
삼막사 국수보시는 관악산 연주암 비빔밥과 함께 주변 수도권 등산객들의 '산중별미'다. 주말과 일요일 점심에 무료로 제공되는데, 흠씬 땀에 젖어, 길게 늘어선 줄에서 침을 꼴깍 삼키며 기다린 뒤, 한 대접에 받아 후후룩 마시듯 하는 그 맛은 꿀맛이다. 그저 멀건 열무김치 국물에 삶은 국수를 풍덩 빠뜨린 것이 전부지만 시장이 반찬이라, 등산객들은 어디 자리잡으려고 하지도 않고 서서 냅다 들이켠다.
정신을 차리고 삼막사를 둘러보면 커다란 부도탑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정대선사(1937~2003)의 부도탑이다. 정대스님은 1999년부터 3년 남짓 대한불교조계종 제30대 총무원장을 지낸 분이다. 그는 총무원장을 물러나 입적 하기 전까지 이곳 삼막사에서 주석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오도송에 '삼성산 꼭대기에는 달이 밝고(三聖山頭月)'라는 구절이 있다.
'삼성산'이라 하면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도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삼막사를 얘기해야 "아하∼"하며 관악산과 함께 떠올린다. 삼성산은 관악산의 서쪽 방면으로 바로 긴 계곡을 사이에 두고 펼쳐진 암산(岩山)이다. 흔히 관악산의 줄기 쯤으로 생각하지만, '세 명의 성인'이라는 산 이름이 말해주듯 삼성산이 지닌 역사와 지리학적 의미는 관악산에 못지 않다.
#종교와 인연이 깊은 삼성산
동국여지승람'등 조선의 각종 지리지에 삼성산은 금천현의 관아가 있는 지금의 서울 구로구 시흥 2동에서 동쪽으로 10리 지점에 있는 산으로 금천현의 진산(鎭山)이며, 관악산은 지금의 과천시 관문동 소재 온온사가 있는 지점에서 서쪽으로 5리 지점에 있는 과천현의 진산으로 기록돼 있어 두 산이 별개의 산임을 밝히고 있다.
삼성산처럼 그 규모에 비해 종교와 인연이 깊은 산도 찾기 어려울 듯하다. 그 이름이 불교와, 후대에 와서는 천주교와 동시에 연관돼 있는 것을 보면 옛 사람들이 지명을 지을 때 뭔가 앞을 내다보고 지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삼성산의 이름은 불교와 연관돼 있다. 먼저 원효, 의상, 윤필의 세 고승이 신라 문무왕 17년 (677)에 암자를 짓고 수도하던 곳이 삼막사의 기원이며 삼성산의 이름도 이 세 고승을 따서 삼성산이라 했다는 설이다. 둘째는 불가에서 말하는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을 본떠 지명이 유래했다는 설이다. 셋째로, 조선후기에 간행된 '시흥읍지' 등에, 고려 말 나옹, 무학과 인도승려 지공 스님 등이 이곳 삼성산에 올라 각기 수련하면서 삼성산이란 이름이 생겼다고 기록돼 있다. 세가지 설(說) 중 그래도 근거가 남아있는 세번째 유래가 가장 믿을 만하지 않을까. 어찌됐든 삼성산에는 삼막사, 호압사, 반월암, 상불암, 안양사, 망월암 등 많은 절과 암자가 있다.
또 하나 삼성산은 천주교 성지이기도 하다. 1839년의 기해박해(己亥迫害) 때 새남터에서 순교한 앵베르 주교, 모방 신부와 샤스탕 신부의 유해가 안장돼 있던 곳으로 천주교회 사적지다. 이들 3명의 순교자는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으로 시성되었다. 대단한 분들이다. 이후 천주교에서는 삼성산을 가리켜 '세 명의 성인 유해가 안장되었던 성지'로 설명하고 있으며, 1992년 삼성산 본당(서울 관악구 신림6동)이 설립돼 삼성산 성지의 관리를 맡고 있다. 그 옛날 지어진 산 이름이 후대에 맞아 떨어진 셈이다.
#다양한 코스와 시원한 조망
종교 이야기를 하다가 빠뜨렸지만, 삼막사 칠성각 부근에는 남근석과 여근석이 그럴듯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바위를 만지면 자식이 없는 사람들이 아들, 딸을 낳는다고 해서 지금도 사람들이 찾고 있다.
삼막사가 세워지기 전부터 이 남·여근석은 토속신앙의 대상이 됐을 것이다.
삼성산을 오르는 코스는 다양하다. 서울대 입구는 물론 시흥, 안양 등에서 오를 수 있다. 그래도 가장 많이 찾는 코스가 아무래도 국기봉 능선코스가 아닐까. 서울대 입구로 오르다 호수공원 갈림길에서 자연관찰로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고개로 올라간다. 200여m를 넘는 이 능선길은 송림을 좌우로 보며 오를 뿐 더러 왼쪽으로 관악산 정상, 오른쪽으로 장군봉 능선을 바라보며 오르기 때문에 운치가 그만이다. 국기봉의 동북쪽 끝머리는 약 40m 가까이 되는 직벽이다. 삼성산 갈림길에서 서울대쪽으로 내려가지 않고 삼막사로 가는 길은 콘크리트 포장길이다. 삼막사에서 안양유원지로 내려갈 수도 있고 계곡으로 내려가 시흥 등의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도 있다.
산에 자신있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코스가 바로 삼성산 갈림길에서 망월암 입구 계곡방향으로 타고 내려가 관악산 8봉능선을 넘어가는 종주코스다. 삼성산을 넘어 망월암으로 내려서서 무너미 고개 아래 개울을 건넌 다음 8봉능선과 기암지대를 지나 깔딱고개에 이른다. 여기서 다시 암릉지대를 지나 관악산 정상에 닿은 다음 낙성대로 내려서면 총 12km정도 된다.
2개의 산을 종주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하산 후 교통도 편리해서 이래저래 등산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다.
[ 삼성산 등산코스 ]
제1코스=서울대입구→호수공원우측→제2광장→삼거리→국기봉→삼막사→염불암→안양유원지(4시간)
제2코스=서울대입구→입구200m우측길→칼바위→제1야영장→능선→삼막사국기봉→서울대입구(3시간)
제3코스=시흥벽산아파트→호압사→제1야영장, 또는 찬우물→능선→국기봉 (삼막사위)→서울대입구(약2시간30분)
제4코스=석수역→백조아파트(재개발중)→불영암→찬우물 (또는 제1야영장)→삼막사 (약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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