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식/나의 넋두리

쉰살의 찻잔

선하도영 2008. 5. 10. 12:41

      쉰살의 찻잔
 
     언제 나를 위해 예쁜 접시 받쳐 보았나?
     뜨거운 물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지는 차 알갱이를 보면
     나도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 같다.
 
     급히 마시다가 입술 데이고
     생각에 잠기다가 식어 버리는
 
     찻잔을 저으면
     왜 마음 깊은 곳에서 파문이 이는지..
 
     오늘 쉰 살 내 생일에
     미역국 대신 내 생일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을 하며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고..
     식구들 벗고 나간 허물을 바라보니
     앞니 빠져 못 웃는 작은 아이
 
     여드름이 속상한 큰아이
     감원 바람에 어깨 시린 남편
     그 얼굴 하나씩 찻잔에
 
     어른거려 설탕 한 숟갈 듬뿍 넣어 마실까?
     쓴맛이 없었던들 달콤한 맛을 어떻게 알리..
 
     오십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이 있다는데 거울 앞
     내모습은 왜 이리 초라한지
 
     주머니 가볍고 마음은 무겁지만
     그래도 내 앞의 잔보다
     남의 잔 먼저 채우며 살아야지..
 
     쉰 살 생일에 차 한잔
     내 삶의 향기 지키며 산다.

                   첨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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