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살의 찻잔
언제 나를 위해 예쁜 접시 받쳐 보았나?
뜨거운 물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지는 차 알갱이를 보면
나도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 같다.
급히 마시다가 입술 데이고
생각에 잠기다가 식어 버리는
찻잔을 저으면
왜 마음 깊은 곳에서 파문이 이는지..
오늘 쉰 살 내 생일에
미역국 대신 내 생일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을 하며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고..
식구들 벗고 나간 허물을 바라보니
앞니 빠져 못 웃는 작은 아이
여드름이 속상한 큰아이
감원 바람에 어깨 시린 남편
그 얼굴 하나씩 찻잔에
어른거려 설탕 한 숟갈 듬뿍 넣어 마실까?
쓴맛이 없었던들 달콤한 맛을 어떻게 알리..
오십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이 있다는데 거울 앞
내모습은 왜 이리 초라한지
주머니 가볍고 마음은 무겁지만
그래도 내 앞의 잔보다
남의 잔 먼저 채우며 살아야지..
쉰 살 생일에 차 한잔
내 삶의 향기 지키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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