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 쇠고기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인과 한국 정부가 대립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은 ‘미제 쇠고기의 광우병 확률이 극히 낮은데
국민이 너무 ’오바‘하고 있으며, 정치세력과 연예인의 선동에 놀아나고 있는데,
이는 적극적인 홍보활동으로 풀면 된다’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브리핑에 ‘쇠고기와 광우병 잘못된 주장과 사실들’이라는 특집 코너가 등장했다.
국민여론 단속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5월 4일에 촛불문화제 사법처리 등 강경한 방침을 보이더니
여론이 악화되자 5월 5일에 집회는 안 되나 문화제는 된다는 애매한 입장으로 후퇴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시도교육감 회의를 긴급 소집해
학생들의 문화제 참가를 규제해달라는 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세계일보 2008.5.06)
입시교육할 학교자율화는 허용하나 학생통제는 여전히 할 생각인가보다.
5월 6일엔 광우병 관련 인터넷 유언비어 사법처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보와 통제로 국면을 타개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선진조국창조를 위해선 정부조직개편으로 작은 정부를 해야 하며,
섬기는 정부가 돼야 한다면서 국정홍보처를 폐지하더니 지금은 국정홍보기능을
다시 강화하려 한다는 말까지 들린다. 운하 파고 미제 쇠고기 먹이려 우리 정부도 참 고생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이 우리 국민만을 향한다는 데 있다.
미제 쇠고기를 한국에 팔려는 쪽은 미국이다. 미국과 한국의 문제다.
한국 정부는 한국을 대표한다. 그런데 미국 무역사무소처럼 보인다.
진짜 한국 정부는 어디로 갔지?
-물건 파는 쪽이 잘 해야 한다-
어느 동네에 ‘듣보잡’ 약장수가 왔다. 우리 애들에게 먹을 걸 팔고 있다.
그런데 옆동네에서 그 사람이 판 걸 먹고 사람이 상했다는 괴소문이 들려왔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약장수가 자기 상품이 절대 안전하다는 걸 마을 사람들에게 입증해야 한다.
의심하고 불안해하는 건 마을 사람들 자유다.
먹거리의 무해성을 입증할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는 것이지 소비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일일이 시장에 유포된 물건 몽땅 수거해 정밀검사라도 해야 하나?
소비자에겐 그럴 의무가 없다.
그런데 약장수가 무조건 자기를 믿으란다. 소비자더러 자기 물건의 하자를 입증하라고
적반하장으로 생떼를 쓴다.
이럴 땐 마을 이장이 나서서 그 약장수를 추방해야 한다.
한국이란 마을의 이장은 괴상하다. 약장수는 팔짱 끼고 점잖게 있는데,
약장수와 속닥속닥 속삭이더니 마을 사람더러 큰 소리를 친다. ‘
당신들 이 약 먹고 상한다는 거 증명할 수 있어? 있어? 있어?
증명 못하면 떠들지 말고 먹어!’
그러더니 만약 혹시나 사람이 죽으면 그때 가서 이 약을 계속 먹을 건지 말 건지 논의하자고 한다.
약장수는 뒤에서 웃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 이장 돌 맞는다.
그때 이장이 ‘이건 나를 이장직에서 끌어내리려는 반대파의 술책에
너희들이 놀아나는 거야’라고 한다면? 얄미워서 더 맞는다.
-확률이 어쨌단 말이냐-
정 미제 쇠고기를 먹이고 싶은데, 미국이 팔짱 끼고 가만히 있으면
우리 정부라도 미제 쇠고기의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입증이라고 나오는 논리가 확률론이다.
미제 쇠고기 먹고 죽을 확률이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정부관계자는 99.9% 안전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고,
번개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는 말도 들린다.
한나라당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광우병 확률이 45억분의 1이란다.
그래 좋다. 99.9%에서부터 번개를 거쳐 45억분의 1까지.
그래서 어쩌라고? 번개에 맞아 죽으라고? 재수 없는 놈은 먹고 죽으라고?
내가 로또를 사고 당첨되지 않을 확률이 99.9%보다 높을까 낮을까?
당연히 높다. 번개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더 낮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꾸준히 로또에 당첨된다.
미제 쇠고기가 시중에 깔리면 한국인중에 미제 쇠고기 먹는 사람이 더 많을까,
로또 사는 사람이 더 많을까? 더 많이 먹으면 당연히 당첨자(?)도 더 많을 것이다.
먹거리에 관한 한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할 수 있는 말은 100% 안전뿐이다.
어느 음료수 회사에서 음료수 일억 병을 생산했다.
그런데 그 중 한 병에 청산가리를 넣었다는 협박편지가 당도했다.
이 음료수 계속 팔아도 좋은가?
한국 정부 : ‘협박편지가 단지 괴담일 수도 있고, 생산된 음료수를 모두 먹는다는 보장도 없으니,
확률이 극히 낮습니다.
어디 한번 국민에게 먹여봅시다. 죽나 안 죽나.
음료수에 청산가리 들었다는 유언비어 유포자는 사법처리 조심하세요.’
유사한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 미국 존슨앤드존슨사의 약을 먹고 사람이 죽은 일이 있었다.
시카고지역에서 누군가가 진열된 약에 독극물을 넣고 다시 진열했던 것이다.
그러자 존슨앤드존슨사는 시카고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있던 해당 상품을 몽땅 다 수거했다.
중요한 건 100% 안전의 신뢰니까.
존슨앤드존슨사는 이 조치로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했지만 길이길이 칭송받는다.
한국정부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괴담에 휩쓸려 쓸데없는 짓을 했다. 시카고 이외의 지역에서
독 들은 약 먹고 죽을 확률은 극히 미미할 텐데.’
정부는 원산지 표시를 강화한단다. 어쩌라고?
존슨앤드존슨사가 사건이 터졌을 때 관련 대책으로 ‘존슨앤드존슨 상표를 더 크게 표기하겠습니다‘
라고 했다면? 다시 말하지만 돌 맞는다.
광우병 위험 확률이 낮다는 말만 하지 말고 안전을 입증해야 한다.
당장 입증할 수 없다면 시간이 흘러 자연히 입증될 때까지 먹는 걸 보류해야 한다.
이것이 상식이다. 제아무리 홍보·탄압·통제·엄포 4종 세트로 도배를 한다 해도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순 없다. 국민과 맞설 정력이 있으면 미국에게 상식을 요구하라.
미국에 설설 기려고 작은 정부 만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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