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회사일이 바빠서 거의 한 달 동안 데이트를 못하고 있어요.
그래도 불만 한 마디 입 밖으로 내는 법이 없는 착한 여자입니다.
오히려 건강 헤치면 안 된다고 보약까지 지어서 회사 경비실에 맡겨두고 갔더라구요. 그런 사려 깊은 여자입니다.
아마 예전의 그녀 같으면 난리가 났었을 거예요. 그녀는 매일 데이트를 했어야했어요.
하루라도 못 만나게 되면 사랑이 식었다고 우기며, 지금 있는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사랑한다"고 열 번을 크게 외치면 용서해 주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만 보고 나오면 영화 속의 남자처럼 해 달라고 졸라대는 게 취미였어요.
그래서 '엽기적인 그녀'에서처럼 하이힐을 신고 거리를 활보한 적도 있고,
'러브 액츄얼리' 에서처럼 고백을 해 달라고 해서, 밤새 그녀를 위해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써, 다음 날 스케치북을 넘기며 사랑 고백을 한 적도 있습니다.
한 번은 약수역에서 만나 남산에 가기로 했었는데, 제가 먼저 도착해서 그녀를 기다리면서 광고 전광판을 보고 있었어요.
여자 모델이 나풀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막대사탕을 하나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그걸 보고 서 있는 모습을 그녀가 본 겁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가방에서 까만 싸인펜을 꺼내서 사진 속 모델 얼굴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턱엔 까만 수염까지 막 칠해놓고 말이죠. 사진 속 모델을 보고서 둘이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누가 쫓아오기라도 할까봐 손을 잡고 역을 뛰어서 도망쳐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어쩌면 아직도 그 사진이 그대로 걸려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마 지금 제 곁에 있는 착한 여자라면, 제가 사진 속의 다른 여자가 아니라,
진짜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린다고 해도, 그냥 모르는 척.. 기다려 줄지도 모릅니다.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그런 여자를 만나다가, 지금의 이렇게 조용하고 착한 여자를 만나니까
사실 마음은 편한데..재밌지는 않아요. 그냥 파도 없는 날의 잔잔한 바다 같습니다.
근데 전 아무래도 파도도 좀 치고, 물보라도 이는 그런 바다가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어쩌면 착한 여자는 이런 제 마음까지도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의 그녀를 제 마음에서 싹뚝 잘라내야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안되네요...큰일입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옛사랑과 지금의 사랑을 비교하는 것 만큼
못된 사랑은 없는거라고
결국 끝까지 아름답게 빛을 발하는 사랑은 착한 사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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