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학/자작시

사랑의 길

선하도영 2007. 6. 18. 23:32


사랑의 길/도종환
나는 처음 당신의 말을 사랑하였지  
당신의 물빛 웃음을 사랑하였고
당신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였지 
당신을 기다리고 섰으면
강 끝에서 나뭇잎 냄새가 밀려오고
바람이 조금만 빨리 와도
내 몸은 나뭇잎 소리를 내며 떨렸었지
몇 차례 겨울이 오고 가을이 가는 동안
우리도 남들처럼 아이들이 크고 여름 숲은 깊었는데
뜻밖에 어둡고 큰 강물 밀리어 넘쳐
다가갈 수 없는 큰물 너머로 
영영 갈라져버린 뒤론 
당신으로 인한 가슴 아픔과 쓰라림을 사랑하였지  
눈물 한 방울까지 사랑하였지
우리 서로 나누어 가져야 할 깊은 고통도 사랑하였고 
당신으로 인한 비어있음과 
길고도 오랠 가시밭길도 사랑하게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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