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학/자작시
아내의 빈자리 빈자리 淸柳/권영의 시커먼 가마솥뚜껑을 열고보니 새벽은 열려 있고 잠에서 깨어나는 미친 개구리는 아직도 열리지 않는 눈을 비비고 있다 먼 여행길에서 돌아 온 듯 멍 하니 떨어지는 눈 커플은 아내의 빈자리를 밀어 내고 어젯밤부터 동침을 했던 불륜의 여인이었던 게야 긴 밤을 하얗게 지새웠던 날들과 아니면, 타다 남은 잿더미가 되어 까맣게 지새웠던 날들도 그와 함께 노닥거리며 동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게야 아내 없는 빈자리에 십년도 넘는 세월 남몰래 다가와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내연녀가 되어 있었던 까만 여인이었던 게지 창문 넘어 찬바람이 들어오는 달그림자 하나 없는 엄동설한(嚴冬雪寒) 동짓달 밤에도 창문을 열어 놓고 잠을 잤던 게고 눈 내리는 창가에 서면 저 멀리 봄바람을 타고 들려 올 것만 같은 하얀 여인의 목소리를 기다렸던 거지 길가에 핀 보랏빛 제비꽃이며 담장 넘어 얼굴 내밀고 연붉게 핀 넝쿨장미의 미소를 볼 때나, 풀잎에 스치는 바람의 발자국 소리에도 어떤 말이든 내게 하려 하였는지도 몰라 어쩌면 그 빈자리를 채워 줄 여울저가는 그 모든 것들인지도 몰라 -버들청유-
빈자리 淸柳/권영의 시커먼 가마솥뚜껑을 열고보니 새벽은 열려 있고 잠에서 깨어나는 미친 개구리는 아직도 열리지 않는 눈을 비비고 있다 먼 여행길에서 돌아 온 듯 멍 하니 떨어지는 눈 커플은 아내의 빈자리를 밀어 내고 어젯밤부터 동침을 했던 불륜의 여인이었던 게야 긴 밤을 하얗게 지새웠던 날들과 아니면, 타다 남은 잿더미가 되어 까맣게 지새웠던 날들도 그와 함께 노닥거리며 동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게야 아내 없는 빈자리에 십년도 넘는 세월 남몰래 다가와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내연녀가 되어 있었던 까만 여인이었던 게지 창문 넘어 찬바람이 들어오는 달그림자 하나 없는 엄동설한(嚴冬雪寒) 동짓달 밤에도 창문을 열어 놓고 잠을 잤던 게고 눈 내리는 창가에 서면 저 멀리 봄바람을 타고 들려 올 것만 같은 하얀 여인의 목소리를 기다렸던 거지 길가에 핀 보랏빛 제비꽃이며 담장 넘어 얼굴 내밀고 연붉게 핀 넝쿨장미의 미소를 볼 때나, 풀잎에 스치는 바람의 발자국 소리에도 어떤 말이든 내게 하려 하였는지도 몰라 어쩌면 그 빈자리를 채워 줄 여울저가는 그 모든 것들인지도 몰라 -버들청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