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학/자작시

선하도영 2007. 6. 2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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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이유 
- 마종기 -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보면 어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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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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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언덕에서
- 유한지 - 
들꽃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나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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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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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을 위한 론도
- 김선광-
꽃에게 
어떤 아픔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적지 않은 아픔이 있어서
저리 눈부신 기쁨으로 
함께 피어 나는가.
꽃에게 
어떤 기쁨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적지 않은 기쁨이 있어서
저리 눈부신 아픔으로 
함께 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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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도 꽃을 피운다 
- 정지완 -
내가 나를 받아들인 자리에서 
열매가 열린다.
수만 개의 창을 빳빳이 세우는 
나의 하루 
최초에 나를 만든 
당신의 목적을 몰라 
내가 나를 찌르려 할 때 
꽃 핀다 눈동자만하게
내 가시를 헤집고 
날아오는 이의 몸집만하게 
꽃 핀다 힘겹게 힘겹게 
그리고, 꽃 진 자리에 
불록볼록 배짱 좋게 
튀어나오는 노란 열매들 
나를 다스려낸 자리, 
나는 향기로 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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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잎으로
- 유안진 -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며 
뭐니뭐니 해도 사랑은 아름답다고 
돌아온 꽃들 
낯 붉히며 소근소근 
잎새들도 
까닥까닥 맞장구 치는 봄날 
속눈썹 끄트머리 
아지랑이 얼굴이며 
귓바퀴에 들리는 듯 
그리운 목소리며 
아직도 아직도 사랑합니다. 
꽃지면 잎이 돋듯 
사랑진 그 자리에 우정을 키우며 
이 세상 한 울타리 안에 
이 하늘 한 지붕 밑에 
먼 듯 가까운 듯 
꽃으로 잎으로 우리는 
결국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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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곁에서
- 김선광-
나의 사랑은 
들꽃과 같았으면 좋겠다.
자주자주 
새로운 아침과 저녁을 맞이하면서 
곱게 지는 법을 아는 
풀꽃이었으면 좋겠다. 
긴 사랑의 끝이 
오히려 남루할 때가 있나니 
키 낮은 풀꽃 뒤에 
숨길 수 없는 큰 몸을 하고
파란 입술의 제비꽃아. 
나는 얼마를 더 
부끄러워하면 되겠느냐. 
내 탐욕의 발목을 
주저앉히는 바람이 일어 
깊이 허리 눕히는 풀잎 곁에서 
내 쓰러졌다가 
허심의 몸으로 일어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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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들의 행복
..
커다란 잎사귀가 
팔을 벌려 안기운
플라타나스 가로수 아래
풀꽃들의 흩날림은 
더욱 더 푸르렀다.
크로버 꽃들 속에 
행운 지닌 웃음
시계 꽃 같은 행복한 몸짓.
구름무게 지나간 흔적 어딘가
세상의 힘겨움을 다 씻어간
풀꽃 웃음들은 
행복한 얼굴로 
빛 푸른 하늘만큼 
산소를 뿌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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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정호승 -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마음속에 박힌 말뚝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꽃이 인간의 눈물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꽃이 인간의 꿈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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