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와 음악과 에세이가 있는 풍경 -
= 소꼽 친구들 =
나 어릴적
"순이"와 "자야"와 함께
늘 소꼽놀이 하던 "준"이와
"석"이가 있다.
준이네는 겨우
자기 엄마 엉덩이 만한
작은 텃밭 하나와
아빠의 등판 보다는 조금 큰
천수답 두어마지기가 전부인
찢어지는 가난 때문에
준이의 밥상은 텃밭에서 나는
푸성귀가 전부인 토끼 밥상으로
난 준이로 부터 콩잎이나 호박잎도
맛있는 반찬이 된다는 걸
처음으로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석이네는
광활한 농토와 떡집까지 운영해서
외아들인 석이의 밥상은
기름지고 맛이좋은 왕자님 상이였다.
그래서 같이 놀다가 혹 밥때가 되면
떡을 좋아했던 나는 준이네 집보다는
석이네 집으로 가기를 자주 했었다.
아무튼 소꼽놀이는
대부분이 "병원 놀이"였는데
그것은 근처 미군부대에서
막일을 하던 자야의 아부지가
미군이 쓰고 버린 주사기 한개를
줏어다 주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야는 항상
주사를 놓는 간호사 였고
순이는 바늘도 없는 주사기를 가진
자야가 부럽기만 한 조무사였다.
그리고 그들중에 난
순이와 자야가 만저주고 쓰다듬는
그 보드라운 손길이 너무나 좋아
끙끙 앓는 환자를 자처했고
준이와 석이는 늘 원장님이고
의사 선생님이셨다.
이렇게
모두들 삶의 질은 각기 달랐지만
우리는 늘 함께 붙어 어린 시절을
깔깔대며 추억을 키웠고
그렇게 성장한 우리는 제각각
뿔뿔이 흐터져 제몫대로 살다가
얼굴엔 밭이랑 같은 골이 패이고
머리는 반백이 되어서야 다시
한자리에 모이고 보니
그토록 간호사가 부럽던 순이는
간호사 딸을 가진 주부로서-
자야는 아직도 소꼽놀이가 즐거운
어린이 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다만
준이와 석이는 지금까지도
병원에서 살아 가는데
준이는 박사 원장님으로
석이는 만성 당뇨병 환자로
그렇게 병원에 살고 있다.
음악: - 메기의 추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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