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드라이버코스

서울 북쪽의 기산저수지와 보광사

선하도영 2008. 9. 24. 19:39

[ 정보상의 환상드라이브 ] 서울 북쪽의 기산저수지와 보광사 와우

젊은이들 가운데 장흥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장흥국민관광지가 그곳의 제대로 된 이름이지만 '국민관광지'가 아니라 '젊은이 관광지'라고 해야 할 정도로 낭만이 넘치는 곳이다. 그곳에는 야외 미술관도 있고, 놀이시설, 카페, 식당 등이 줄지어 있어 먹고 놀기에 그만한 곳이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들이 그들만을 젊음을 발산하기 위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자 소위 '물 좋은 곳'이 '물 나쁜 곳'으로 바뀌고 신선감도 상당히 떨어졌다. 바가지 상혼이 설치고 소란스러운 거리로 변하는 장흥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흥 뒤편의 백석 고개를 넘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기산-광탄 사이의 비포장길이 아스팔트 포장으로 변하면서 아름다운 자연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 있는 명소들이 줄지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을 지나 광탄으로 나가는 길목에는 유명한 레저타운 '유일레저'가 있고 고양읍으로 되돌아 나가는 길목에는 유서 깊은 보광사가 기다리고 있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고양읍에서 다시 광탄으로 가는 오른쪽 길을 택해 달려보자. 가는 길목에 유명한 석불입상과 윤관 장군 묘역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장흥에서 출발해 제법 가파른 백석고개를 넘어 오면 기산 저수지에 이른다. 이곳에는 잔잔한 호수가 창가로 건너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있는 커피 전문점 '블루베리힐'과 유명한 카페 '흑과백'이 반긴다. 이곳에서부터 새로운 분위기의 전원 카페들이 열병(閱兵)하듯 줄지어 있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기산-광탄 드라이브 웨이는 아기자기하면서도 낭만이 넘친다. 드라이브를 떠나기 전 기산 저수지 곁에 있는 카페에 들어서면 에메랄드빛 하늘이 창밖에서 쏟아지고 있고 그 하늘 아래 원색으로 물들어 가는 숲과 잔잔한 호수가 있는 풍경이 있는 곳에서 환상적인 커피 내음을 맡을 수 있다.

기산 저수지를 내려다보며 내려가는 길은 초겨울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물결과 적당한 굴곡의 아스팔트 길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아름답다. 내려가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저수지 가를 거닐어도 좋다.

저수지를 지나면 수문이 있는 곳 아래 단란주점과 노천 카페를 갖추고 있는 '철목'에 이른다. 노천 카페는 통나무를 잘라 만든 의자와 탁자들이 그대로 널려 있어 거대한 조각작품을 보는 듯 하다. 통기타 가수들의 라이브 무대들이 자주 열리는 철목은 토속 음식과 정통 프랑스요리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이색적인 곳이다.

계속해서 달리면 독특한 분위기의 전원 카페 '작은 폭포'와 '솔사랑'이 나선다. 완만하게 흘러내린 산자락 아래 전나무 숲 속에 자리잡고 있는 두 곳은 자연과 썩 어울리는 낭만 넘치는 카페이다.

이곳에서 300m 정도 더 달리면 길 오른편으로 갑자기 민속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은 사람은 살지 않는 곳으로 SBS-TV가 제작한 '임꺽정'의 야외 세트장이다. 사람 키를 넘길 듯 자그마한 초가 오막이 30여채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세트장에서도 색다른 볼거리를 찾을 수 있다.

세트장 맞은편에는 장승이 서 있다. 이곳은 양주 향토관광마을 입구. 안내판을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토속적인 분위기의 음식점과 산장들이 몰려 있는 향토관광마을을 구경할 수 있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길모퉁이를 돌면 콜탈을 잔뜩 입힌 나무로 만든 집 '까막동네'입구가 나온다. 자칫 지나치기 쉬운 입구를 찾아 들어가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분위기 있는 공간 까막동네가 기다리고 있다.

계속해서 달리면 송추 컨트리클럽 입구도 지나고 레스토랑 겸 카페인 '탑(Top)'도 지나게 된다. 잠시 후에는 이 길의 종착점쯤 되는 스테이크와 피자 전문점 '해와 달'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서 오른쪽 길을 택해 1km 정도 달리면 뱃놀이도 즐길 수 있는 휴양지 유일레저가 나오는데 물위에 떠 있는 전원카페 '표표'는 밖에서만 보아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왼쪽 길을 택해 고양읍쪽으로 5분 정도 내려오면 유서 깊은 사찰 보광사가 기다리고 있다.



꼭 들러 볼 만한 곳

보광사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의외로 숨겨진 유서 깊은 절이다. 가을색이 잔뜩 물들었다가 이제 탈색하기 시작하는 산자락의 우거진 숲속에 위치한 보광사는 큰 길에서 그리 멀리 있지는 않지만 아늑하고 조용하다.
신라 진성왕 8년(894)에 도선국사가 창건해 고려 공민왕에 이르기까지 세차례의 중수를 거친 이 절은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없어졌다가 영조 6년(1730)에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의 명복을 빌기 위해 다시 세워졌다.
절의 규모는 비교적 작지만 이미 쇠락해 버린 역사를 말해 주는 듯한 폐허의 만세루와 장중한 대웅전 등의 건축물과 아름다운 후원이 보기 좋다. 특히 조선 말엽에 국운이 기우는 것을 일으켜보기 위해 지었다는 만세루에서 내려다 보는 보광사의 숲은 지극히 아름다워 시심(詩心)을 절로 일으킨다.
보광사 경내에는 대웅전과 만세루, 광응전 등이 있는데 '대웅보전'과 만세루는 영조가 친히 쓴 사액이다. 만세루 마루에는 색바랜 목어가 매달려 있고 처마 끝에는 청량한 가을바람 같은 소리를 내는 풍경이 바람에 슬리고 있다.
보광사를 나와 왼쪽으로 열린 언덕길을 오르면 집채만한 석불입상이 산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보광사에서 올라왔던 길을 100m 정도 되돌아 내려가다보면 비구니들이 수도를 하는 영묘암으로 가는 숲길이 왼쪽편으로 열려 있다.
이곳에서 다시 주차장 쪽으로 50m 정도 더 내려가면 길 오른 편 양지바른 언덕에 친구를 그리워하는 노래가 담긴 '연우지석(戀友之石)'이 우뚝 서 있다. 이 돌에 새겨 있는 '호로록 날아간 새여'라는 시는 이미 가버린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절하다.
보광사 입구 주차장 부근에는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꼭대기산장'이라는 아름다운 산장이 있어 발길을 잡아끈다. 꼭대기산장에서는 별미인 산채 정식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주차장 입구에는 얼마전 문을 연 한식집 오취(五趣)와 커피숍 리베가 있어 시장기를 달래고 쉬어갈 수 있다.

쌍미륵불

윤관로라고 부르는 고양읍에서 광탄으로 나가는 길가 있는 쌍미륵불은 산 정상에 있지만 워낙 규모가 커서 산아래 길에서도 올려볼 수 있다.
이 미륵불을 자세하게 구경하려면 쌍미륵불의 수호사찰인 용암사를 거쳐야 한다. 별 특색은 없어 보이나 은근한 기품을 자랑하는 대웅전을 왼쪽으로 비켜 가면 108번뇌를 상징하는 108개의 계단이 나선다. 이 계단을 오르면 천연암벽에 새겨진 거대한 쌍불상이 나온다.
높이 20m의 쌍미륵불은 우리나라 3대 석불의 하나로 보물 93호이다. 사각의 갓을 쓴 불상과
원형의 갓을 쓴 불상이 나란히 붙어 있는 쌍미륵불은 그 규모에서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조각 연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고려 13대 왕인 선종과 후궁인 원신궁주의 왕자인 한산후의 탄생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 중기의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여충사

고려 중기의 충신 문숙공 윤관 장군의 묘역이다. 윤관은 고려 예종 때 북방을 위협하는 여진족을 토벌해 국위를 떨친 대장군으로 무인으로서만 아니라 문인으로서도 이름을 떨쳐 나중에 정승의 자리에 올라서기도 했다.
쌍미륵불이 있는 용암사 입구에서 윤관로를 따라 2km 정도 달리면 닿게 되는 여충사에는 사당과 묘소, 신도비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윤관 장군의 신위와 위패, 영정 등을 모신 사당은 세 개의 문과 2개의 영당으로 되어 있는데 영당 안에는 문관복을 입고 있는 그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홍살문을 지나 스키장 슬로프 같이 펼쳐있는 잔비언덕을 우회하여 오르면 그의 묘소와 신도비가 기다리고 있다.

유길원과 소령원

보광사에서 나와 북쪽으로 5분 정도 달리면 영장교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바로 능촌교가 등장하는데 이곳을 건너면 유길원과 소령원이 차례로 나온다.
소령원은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의 능이고 유길원은 영조의 후궁 청빈의 묘이다. 유길원과 소령원은 문화재 관리 보호 때문인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으나 부근의 잔디밭은 피크닉을 즐기기 그만이다. 누렇게 물든 금잔디와 소령원 주변으로 빽빽하게 들어 선 300년생 전나무, 아름드리 느티나무 등이 숲그늘을 만들고 있는 자연 운동장은 휴일의 한때를 보내기 적당한 곳이다.

드라이브 메모
■ 장흥에서 349호 국도를 타고 고개를 하나 넘으면 기산저수지에 이른다
■ 기산저수지 입구의 카페 흑과백에서 좌회전하면 카페 작은 폭포와 철목등을 지나게 된다.
■ 기산저수지에서 소녕원을 오른편에 두고 달리는 길목에는 많은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 유일레저 입구로 가게되는 삼거리에서 벽제쪽으로 우회전하면 보광사에 들를 수 있다.
■ 용미리석불입상이나 윤관장군 묘로 가려면 벽제 입구까지 나와 다시 307호 지방도를 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