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처로 당신이 기쁘시다면 말입니다 /류경희
지난 겨울 몹시도 추웠습니다
잘 견디어온 모과 나무는
봄 채비를 마쳤습니다
못생긴 과일
어떻게 깊은 향기 품을까 닮고 싶습니다
이를 악물고
버텨온 여름 땡볕에
보상을 듬뿍 받아서일까
사람들은 못생겼다고 말을 하면서도
손에 쥐면 놓지 않으니 모과 향기는
만져 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나 봅니다
손으로 만져보고 코로 향기 보고
입으로 그 향기에 취하니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과만의 깊은 단 향기는
모든 사람들이 만져 본 후 상처로 사랑을 해 줍니다
상처가 깊으면 깊을 수록
단향기는 어떠한 향수 보다
진한 사랑을 줍니다
내가 아파서 당신이 웃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내가 슬퍼서 당신이 행복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내가 모과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내 상처로 당신이 기쁘시다면 말입니다